분변잠혈검사에서 양성이라는 결과를 받으면 대장암부터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었는데 건강검진 결과지에 ‘잠혈반응 있음’ 같은 문구가 적혀 있으면 생각보다 걱정이 커지기도 합니다. 대변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혈액을 찾는 검사인 만큼, 양성이라는 말 자체가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분변잠혈검사는 대장암 자체를 확인하는 검사가 아니라 대변에 혈액이 섞여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선별검사입니다. 그래서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대장암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는 대장암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에 양성이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대장암 확률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양성 결과를 받았을 때 왜 대장내시경까지 이어지는지 차근차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분변잠혈검사는 무엇을 확인하는 검사일까
분변잠혈검사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소량의 혈액이 대변에 섞여 있는지를 검사하는 방법입니다. 대장암이나 대장 용종처럼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병변을 조기에 찾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며, 검사 자체가 간단하고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내 국가암검진에서도 대장암 선별을 위한 1차 검사로 분변잠혈검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검사는 혈액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즉 ‘대장에 출혈이 있다’는 단서를 찾는 검사에 가깝기 때문에 양성 결과만 가지고 암인지 용종인지, 혹은 다른 출혈 원인인지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분변잠혈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되면 다음 단계로 대장내시경을 시행해 실제 대장 내부를 직접 확인하게 됩니다.
양성이 나왔다고 대장암이라는 뜻은 아니다
분변잠혈검사의 양성 결과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대장암뿐 아니라 대장 용종이나 선종 같은 병변에서도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검사 자체의 특성 때문에 실제 암이 없는데도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립암센터의 대장암 검진 자료에서도 분변잠혈검사는 위양성과 위음성이 모두 발생할 수 있는 검사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분변잠혈검사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혈액도 검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양성이라는 결과만으로 출혈의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양성 = 대장암’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대장 안에 확인해야 할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다음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실제 검사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분변잠혈검사 양성 대장암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국내 국가암검진 자료를 보면 분변면역화학검사(FIT) 양성자 가운데 실제 대장암이 확인되는 비율은 연구와 검사 시기, 대상자의 연령 등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2004~2016년 국가암검진 자료에서는 FIT 양성자의 대장암 양성예측도가 연도별로 약 1.6~2.7% 수준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해당 자료만 놓고 보면 분변잠혈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 100명 중 대장암으로 확인되는 사람은 대략 2명 안팎의 수준이었습니다.
다른 국내 연구에서는 결과가 조금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50세 이상 국가암검진 대상자 51,439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FIT 양성자 중 대장내시경을 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대장암 양성예측도가 5.5%였습니다. 즉 양성자 100명 가운데 약 5~6명에서 대장암이 확인된 셈입니다. 검사 대상자의 연령, 검사 기준치, 연구 대상 집단 등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하나의 확률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장암보다 더 흔하게 발견되는 것은 따로 있다
분변잠혈검사 양성 후 대장내시경을 했을 때 관심 있게 보는 것은 대장암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대장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선종이나 진행성 신생물 같은 병변이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국내 연구에서는 FIT 양성자의 대장암 양성예측도가 5.5%였지만, 대장암을 포함한 진행성 신생물의 양성예측도는 19.1%로 더 높았습니다.
최근 국내 국가암검진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서도 FIT 양성자에서 진행성 신생물이 확인되는 비율이 대장암 자체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분석 대상 2,445명 중 대장내시경을 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진행성 신생물의 양성예측도는 15.4%였습니다. 따라서 양성 결과를 받은 뒤 내시경을 하는 이유는 암만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병변이나 실제 출혈 원인을 함께 확인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양성이라면 대장내시경을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유
분변잠혈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을 때 가장 중요한 다음 단계는 대장내시경입니다. 대장내시경은 대장 내부를 직접 관찰하면서 용종이나 종양을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조직검사를 하거나 용종을 제거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분변잠혈검사를 다시 해서 음성이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처음 양성 결과의 원인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국내 국가암검진에서도 분변잠혈검사에서 ‘잠혈반응 있음’으로 판정되면 대장내시경을 추가 검사로 시행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해외 대장암 검진 지침 역시 대변 기반 선별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후속 대장내시경을 통해 검진을 완성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결국 분변잠혈검사 양성은 대장암 확정 결과가 아니라, 대장내시경으로 실제 원인을 확인해야 하는 신호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